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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dges 9

사사기 9장 — 일의 신학

혼돈 (삿1-21장)

여호수아가 죽은 다음 이스라엘에는 항구적인 국가 지도자 직책이 없었다. 대신 위협이 생길 때마다, 예를 들면 군사 공격을 당할 때 이런저런 사람들이 리더 자리에 올랐다. 영어로 “judges”(사사)라는 단어는 실제로는 이들이 나라 안에서 한 역할을 제대로 나타내지 못한다. 사사로 번역된 히브리어 단어(shopet)의 뜻은 분쟁의 중재자, 군사 사령관, 지역 총독 등이다.[1] 사사는 분쟁을 해결할 뿐만 아니라, 적대적인 주변 백성에 맞서 국가의 군사 및 국정도 책임진다. 우리는 사사에 대한 전통적인 호칭을 그대로 쓰긴 하겠지만, “구원자들”(delivers)이라는 통칭이 이 지도자들을 더 정확하게 묘사하는 것이다.

사사기에서 우리는 이스라엘 지도자들을 지켜보며 여호수아서보다 더욱더 우울한 모습을 발견한다. 사사들이 대를 이어 계승될수록 차츰 자질이 떨어지고, 마침내 이스라엘은 완전한 혼란에 빠지고 만다. 이 책은 “그때에 이스라엘에 왕이 없으므로 사람이 각기 자기의 소견에 옳은 대로 행하였더라”(삿 21:25)라는 준엄한 종결부를 가지고 간음, 살인, 내전으로 끝맺는다. 그들 소견에 옳은 대로 행했다는 말은 자신의 고유한 규범에 따라 윤리적으로 행동하는 미덕을 갖췄음을 말하는 게 아니라, 오늘날 표현대로 해 본다면, 일등을 차지하기 위해 마음껏 하고 싶은 것을 추구하던 모습을 가리킨다. 그것은 여호수아를 통해 주신 “이 율법 책을 네 입에서 떠나지 말게 하며 주야로 그것을 묵상하여 그 안에 기록된 대로 다 지켜 행하라 그리하면 네 길이 평탄하게 될 것이며 네가 형통하리라”(수 1:8)라는 하나님 계명을 순종하는 것에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계명은 하나님 보시기에 옳은 대로 행하는 것이지, 우리 자신의 편향되고 자기만족적인 시각에서 좋아 보이는 것을 행하는 게 아니다. 사사는 백성이 하나님의 율법을 준수하도록 이끄는 데 실패했으며, 그 때문에 나라에 공의를 행하고 국가를 다스리는 데도 실패했다.[2]

Temba L. J. Mafico, “Judge, Judging,” ed. David Noel Freedman, The Anchor Yale Bible Dictionary (New York: Doubleday, 1992), 1105쪽.

Daniel I. Block, Judges, Ruth, The New American Commentary (Nashville: Broadman & Holman Publishers, 1999), 83-84쪽

사사들의 리더십의 실패 (삿6-9장)

기드온이 저지른 실패는 그 뒤를 잇는 사사들에게서 더욱 심각해진다. 기드온의 아들 아비멜렉은 권력을 하나로 모으긴 했으나 자기 앞길에 장애가 되는 형제 70명을 죽여서 이뤄낸 통일이었다(삿 9장). 입다는 산적으로 출발해 백성을 아모리 족속의 손에서 구해 오지만, 자기 딸을 죽음으로 몰고 가는 무서운 맹세를 함으로써 가족과 자녀를 무너뜨린다(삿 11장). 가장 유명한 사사인 삼손은 블레셋 사람의 간담을 서늘하게 했지만, 이방 여인 들릴라의 유혹에 굴복하는 바람에 스스로 멸망을 초래했다(삿 13-16장).

이 모든 이야기를 오늘날 우리 일에 어떻게 적용해야 할까? 먼저 사사기는 하나님께서는 상한 심령을 통해 역사하신다는 것을 확증해 준다. 명백하게 맞는 말이다. 왜냐하면 기드온, 바락, 삼손, 입다 등 상당수의 사사가 신약에서 라합과 더불어 칭찬을 받았기 때문이다(히 11:31-34). 사사기는 도저히 극복하기 어려운 고난에 직면했을 때 사사에게 구원의 행동을 하도록 하나님의 성령이 힘을 불어넣어 주셨다는 것을 주저 없이 기록한다(삿 3:10 6:34 11:29 13:25 14:6-9 15:14). 더 나아가 사사는 단순히 하나님의 손에 쓰임받은 도구가 아니었다. 그들은 이스라엘을 구하라는 하나님의 부르심에 능동적으로 반응했고, 하나님께서는 그들을 통해서 자기 백성을 거듭 구하셨다.

그러나 사사기의 전반적인 이야기 흐름은 사사들을 우리의 롤모델로 삼으라고 권면하지 않고 있다. 이 책에 나타난 괴로움은 나라가 엉망진창이고, 타협으로 꽉 차 있으며, 나라의 지도자들은 하나님 언약에 불순종해서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는 데 있다. 성공은, 심지어 하나님이 주신 성공까지도 반드시 하나님의 호의를 선언하는 공표가 아니다. 일터에서 우리가 수고한 것이 복이 될 때, 특히 어려운 환경에서 복이 될 때, ‘음, 하나님이 이 일에 분명히 함께하시네. 내가 선한 사람이기 때문에 틀림없이 그분이 내게 상을 주시는 거야’라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이 온다. 그러나 사사기 역사는 하나님은 그분이 하시고 싶을 때, 그분이 하시고자 하는 방법으로, 그분이 일하시고 싶은 사람을 통해서 일하신다는 것을 보여 준다. 하나님은 우리 공로가 아니라 그분의 계획에 따라 행동하신다. 우리는 마치 우리가 성공의 축복을 받을 자격이라도 있는 듯이 복을 받아서는 안 된다. 마찬가지로 바울이 로마서 2장 1절에서 우리에게 상기시켜 주는 것처럼, 우리가 보기에는 하나님의 은총을 입을 자격이 없어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들을 함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